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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속 '비주류 주인공'의 부상

by chocolog 2025. 11. 5.

최근 K-드라마와 영화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인물 유형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완벽하고 이상적인 주인공’에서 벗어나, 상처를 가진 인물, 사회적 약자, 주변부의 인물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콘텐츠를 통해 사회적 다양성과 감정적 깊이를 더하는 서사 구조의 진화를 보여줍니다.

비주류 주인공의 부상 관련 이미지

소외 캐릭터의 확장 – 중심 밖의 이야기

전통적인 드라마 구조에서는 외모가 뛰어나고 능력 있으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주인공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K-콘텐츠는 이 공식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있습니다. 주류 질서에서 벗어난 인물, 사회적 소수자, 감정적 결핍을 지닌 인물들이 이야기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입니다. 기존 드라마에서 법조인은 정해진 규범과 룰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비정상’이라 여겨지던 인물이 제도 안에서 부딪히고 변화시키는 서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법정극을 선보입니다. 이 작품은 시청률뿐 아니라 세계적 화제성을 기록하며, ‘다름’이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2023년 방영된 정이는 뇌 복제 기술로 인공 지능화된 군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도, 로봇도 아닌 존재를 중심 서사로 삼았습니다. 인간성을 잃은 존재가 주는 정서적 공허감은 기존의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닌 소외되고 기술적으로 재창조된 주체에게도 감정이입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모범택시 시리즈는 사회적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대신해 복수하는 택시회사라는 설정을 통해, 법적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살아가는 비주류 인물들의 분노와 정의감을 주인공 서사로 이끕니다. 이제 주인공은 더 이상 영웅적이지 않아도 됩니다. 결핍이 있는 자가 곧 공감의 중심이 되는 시대입니다.

내면 중심 서사 – 감정의 미세한 흐름에 집중하다

비주류 주인공이 중심에 등장하게 되면서, 이야기의 초점도 외부 사건보다는 내면 세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빠른 전개와 큰 갈등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인물의 감정 변화, 트라우마와 회복, 관계의 미묘한 균열과 성장에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드라마 소년시대는 IMF 시대의 소년들, 그리고 가정폭력, 가난, 부모 부재 등의 상처를 지닌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에서 살아남는 성장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드라마틱한 전개보다는, 정서적 잔향과 감정의 진폭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특히 인물들이 느끼는 좌절감, 우정의 불완전함, 희망에 대한 작은 갈망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감정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깊이 울립니다.

또한 무인도의 디바는 극한 상황 속에서 내면의 자아를 회복해가는 서사를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는 기존의 생존극이 갖는 물리적 충돌이 아닌, 자신의 꿈, 목소리,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감정 서사에 집중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아이돌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소외된 자아’의 복원이라는 서사 구조를 담고 있기에 더욱 복합적인 정서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내면 중심 서사는 느린 흐름을 선택하면서도, 감정의 농도는 더 짙어집니다. 대사 하나, 눈빛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시청자 스스로 감정을 해석하고 참여하도록 만드는 정서적 공감 서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장 서사로 완성되는 비주류의 여정

비주류 주인공은 대부분 ‘완성된 상태’로 출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종종 무기력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변화와 성장은 더욱 극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시청자 역시 이들의 좌절, 실패, 회복, 결단에 감정적으로 함께 참여하게 됩니다.

2022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소년심판의 중심 인물 심은석 판사는 냉철한 원칙주의자처럼 보이지만, 과거의 상처를 계기로 변화하는 인간적인 성장 서사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범죄소년들을 단죄하면서도 점점 그들 속의 ‘상처 입은 아이’를 보기 시작합니다. 이는 단순한 캐릭터의 성격 변화를 넘어서, 감정적 구조가 변화하는 방식으로 시청자와의 몰입도를 끌어올립니다.

디즈니+의 카지노 역시 불법과 범죄에 연루된 한 인물이 처절하게 생존하고 살아남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갱스터물이 아닌 소외된 자의 삶과 생존 전략을 조명합니다. 관객은 그가 법을 어겼다는 사실보다는 그가 어떤 배경에서 그런 선택을 했는가에 주목하게 되며, 성장의 과정에서 복합적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나쁜 엄마에서는 육체적으로 퇴행한 아들과, 모든 것을 희생한 엄마의 관계가 회복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이중 성장 서사를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는 성장이라는 개념이 단지 나이를 먹는 것, 사회적 성취를 얻는 것을 넘어, 관계의 이해와 감정의 치유를 통한 내적 성숙임을 보여줍니다.

결론: 다양성이 서사를 바꾸다

비주류 주인공이 콘텐츠 중심에 서는 것은 단지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해 보자’는 실험이 아닙니다. 그것은 콘텐츠가 사회의 다양성과 진정성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완벽한 사람’이 주인공인 시대에 살지 않습니다. 대신 상처받은 사람, 결핍이 있는 사람, 이해받고 싶은 사람이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이 변화는 시청자에게 더 큰 감정 몰입을 유도하며, 콘텐츠가 단지 재미를 넘어 치유와 공감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K-콘텐츠는 이 변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주류가 아니어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단지 드라마 속 이야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시청자들에게도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새로운 서사의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