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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왜 다 똑같아 보일까? (포맷, 수익, 복제)

by chocolog 2026. 1. 10.

요즘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채널을 돌리거나 플랫폼을 넘나들어도, 스토리 구조, 인물 설정, 전개 방식, 심지어 대사 톤까지 닮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들이 반복되고, 익숙한 설정 안에서 새로움을 기대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다 비슷하지?'라는 의문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닙니다. 실제로 콘텐츠 기획과 제작, 유통의 구조 자체가 점점 더 효율성과 안전성을 우선시하게 되면서, 그 안에서 탄생하는 작품들은 일정한 틀 안에 갇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콘텐츠가 왜 이렇게 획일화되는지, 그 안에 어떤 산업적, 전략적 맥락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포맷의 표준화, 수익 모델의 구조, 그리고 성공작 복제 현상까지. 표면적으로는 다양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점점 '같아지는' 콘텐츠의 현실을 짚어봅니다.

콘텐츠는 왜 다 똑같아 보일까? 이미지

포맷의 표준화: 다름보다 안전한 익숙함

콘텐츠 산업에서 '포맷(format)'이라는 말은 특정한 구성 틀이나 전개 방식을 의미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오프닝-게임-벌칙-감동 구성, 드라마라면 1회차 갈등 제시-중반 위기-마지막 반전 구조가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지나치게 반복되고, 업계 내부에서 너무도 당연한 기준처럼 자리 잡았다는 점입니다.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는 “기존에 잘됐던 구조를 유지하자”는 판단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간주됩니다.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구성 요소, 이야기의 리듬, 편집 방식까지 하나의 '검증된 조합'으로 굳어지면서, 새로운 포맷을 실험하거나 도전하는 작품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OTT는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포맷’을 제안하고, 추천 구조 또한 기존 성공작과 유사한 콘텐츠를 위주로 노출합니다. 그 결과, 기획 단계에서부터 비슷한 장르, 유사한 구성, 반복되는 캐릭터 설정이 우선 고려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맨스 드라마에서 반복되는 ‘상처 입은 남자주인공 + 밝고 씩씩한 여자주인공’ 조합은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구조이며, 그 안에서의 차별화 시도는 점점 사소한 디테일에 국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포맷의 표준화가 창작자에게는 자유를 제한하고, 시청자에게는 예측 가능한 전개로 인한 피로를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플랫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콘텐츠 산업에서, 실패 확률을 낮추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검증된 방식'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콘텐츠가 서로 닮은 얼굴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수익 구조가 콘텐츠를 닮게 만든다

콘텐츠가 산업화되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회수 가능한 투자'입니다. 한 편의 드라마나 예능을 제작하는 데는 수억에서 수십억 원이 투입되며, 이는 단순히 창작물이 아닌 상품으로서의 콘텐츠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모든 기획은 ‘이 콘텐츠로 얼마를 벌 수 있는가’라는 기준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이때 수익 예측이 용이한 구조가 바로 '기존에 성공했던 콘텐츠와 유사한 콘텐츠'입니다. 광고, 해외 판매, 리메이크, 굿즈 확장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이 기존 사례 기반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제작사와 투자사는 자연스럽게 유사한 기획을 선호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 트렌디한 학원물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었다면, 그 포맷을 본뜬 유사한 배경과 인물 구성이 연속적으로 기획됩니다. 또한, 특정 서사 방식이 높은 조회수와 반응을 얻은 경우, 그 구조를 반복하는 콘텐츠가 플랫폼 전반에 걸쳐 확산됩니다. 수익을 중심에 둔 구조에서는 신선함보다는 ‘위험 회피’가 우선시 되고, 이는 콘텐츠가 본질적으로 비슷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수익 구조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재활용성'입니다. 한 콘텐츠가 멀티 플랫폼에서 확장 가능하거나, 짧은 영상으로 편집되어 SNS에 클립화되기 쉬울수록 수익성이 올라갑니다. 이는 콘텐츠 자체의 구성도 이에 맞춰 표준화되도록 유도합니다. 짧은 분량으로 편집 가능한 강렬한 장면, 밈(meme)으로 사용 가능한 유행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도 등이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설정됩니다. 결과적으로 '수익에 최적화된 장면과 구성'이 콘텐츠를 비슷하게 만들며, 시청자는 다른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성공작 복제 심리와 알고리즘의 영향

콘텐츠 업계에는 '성공작을 따라 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비공식적인 통념이 존재합니다. 이는 단지 안전한 전략일 뿐 아니라,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기도 합니다. 한 작품이 성공하면, 유사한 설정, 비슷한 인물 구조, 유사한 제목과 분위기의 콘텐츠가 연이어 등장합니다. 마치 히트곡 공식처럼, 드라마·영화·예능에도 반복되는 흥행의 패턴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복제 심리는 창작 현장에서 필연적으로 작동합니다. 신인 작가나 연출자가 새로운 포맷을 제안했을 때, 이를 수용하기보다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일이 많습니다. 반면, 이전에 유사한 콘텐츠를 제작해본 경력이 있는 제작진은 ‘이런 스타일이면 대충 이만큼은 먹힌다’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를 받기 쉽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걸러지고, 결과적으로는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만 살아남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은 유사 콘텐츠의 반복을 더욱 가속화합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대부분의 플랫폼은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비슷한 콘텐츠 기반’으로 추천합니다. 이는 사용자 경험을 개인화하는 긍정적인 요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청자의 취향을 더욱 좁히고, 새로운 콘텐츠와의 접점을 차단하는 부작용도 일으킵니다. 결국 시청자는 ‘비슷한 콘텐츠’만을 소비하게 되고, 플랫폼은 그 소비 데이터를 근거로 다시 ‘비슷한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됩니다.

결론: 다양성 회복은 콘텐츠 생존의 열쇠입니다

지금의 콘텐츠 환경은 표면적으로는 무한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슷한 포맷, 유사한 캐릭터, 반복되는 구조의 콘텐츠가 대다수입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 수익 전략, 제작 관행, 그리고 시청자 경험의 반복적 알고리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콘텐츠는 더 이상 '하고 싶은 이야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고, '팔릴 수 있는 구조' 안에서 기획되고 생산되는 현실 속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획일화가 계속될 경우, 콘텐츠의 본질적 매력인 ‘새로움’과 ‘창의성’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플랫폼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청자들의 콘텐츠 피로도가 높아지는 지금, 차별화되지 않은 콘텐츠는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이는 곧 제작사에게도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으며, 콘텐츠 산업 전체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보다 실험적인 기획이나 장르 혼합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단편 시리즈, 인터랙티브 콘텐츠, 디지털 웹무비, 실험적 연출 방식의 드라마 등이 그 예입니다. 또한 해외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아예 시청자 피드백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전개를 조정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다양성과 실험성 회복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단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까지의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조금씩 그 틀을 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콘텐츠가 진짜로 새로워지려면, 시청자도, 제작자도, 플랫폼도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진짜 ‘다른 콘텐츠’를 원하는 이들에게, 지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