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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많은데, 대화는 줄어들었다

by chocolog 2025. 10. 16.

콘텐츠는 많은데, 대화는 줄어들었다 이미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까지, 시간만 있다면 콘텐츠는 끝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예전보다 콘텐츠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콘텐츠는 더 풍부해졌는데, 정작 그걸 통해 나누는 대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대화가 줄어드는지, 그 현상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탐색해 봅니다.

혼자 보는 시대, 공유되지 않는 감정

콘텐츠는 점점 ‘개인화’되고 있습니다. 시청 패턴도, 추천 알고리즘도, 소비하는 시간대도 모두 개인 맞춤형입니다. 동시에 사람들은 점점 자신만의 화면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갑니다. 이어폰을 끼고, 침대에 누워, 자기 취향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상이 일반화되면서, ‘같이 본다’는 경험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를 통한 감정 공유를 약화시킵니다. 예전에는 같은 드라마를 보고 다음 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가족끼리도 장면 하나를 두고 해석을 나누곤 했습니다. 지금은 같은 콘텐츠를 봐도 각자의 디바이스에서, 각자의 속도로 소비하기 때문에, 감정의 타이밍이 어긋나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또한 플랫폼 간의 콘텐츠 다양화도 문제입니다. 넷플릭스를 보는 사람, 유튜브를 즐기는 사람, 트위터에서 밈을 접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세계를 소비하고 있어 ‘공통 언어’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콘텐츠는 풍부하지만, 그것이 나와 타인의 대화를 만들어주는 연결 고리가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대화를 만드는 콘텐츠는 어떤 조건을 가질까

모든 콘텐츠가 대화를 유도하지는 않습니다. 대화가 만들어지는 콘텐츠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집단적 몰입’이 가능한 콘텐츠일 것. 즉,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시청하거나 경험한 콘텐츠일수록 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으로 실시간 방송, 예능, 스포츠 중계 등은 이 조건을 만족합니다. 둘째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지점’이 있는 콘텐츠입니다. 특정 장면에서 놀람, 분노, 감동 등의 강한 감정 유발이 일어날수록, 사람들은 이를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 집니다. 드라마의 반전, 예능의 웃긴 순간, 다큐멘터리의 충격적인 장면들이 그 예시입니다. 셋째는 ‘확장 가능한 해석 구조’를 가진 콘텐츠입니다. 한 가지 해석이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대화가 이어집니다. 인물의 행동, 서사의 흐름, 연출의 의미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을 때, 콘텐츠는 대화의 소재로 기능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콘텐츠 구조는 이와 반대로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숏폼 중심의 빠른 소비, 해석이 필요 없는 단순 자극, 개인화된 추천은 대화의 여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많은데도 이야기할 거리는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디지털 소통의 역설, 콘텐츠는 말 대신 시간을 준다

사람들은 여전히 소통을 원합니다. 하지만 점점 대화는 줄고, 콘텐츠는 늘어납니다. 대신 사람들은 콘텐츠를 ‘함께 본다’ 보다, ‘같은 시간대에 각자 본다’는 식으로 간접적인 연결을 경험합니다. 유튜브 댓글, 넷플릭스 리뷰, 트위터 밈 공유 등은 모두 직접적인 대화가 아니라 비동기적 감정 교환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편리하지만 깊이 있는 대화를 대체하진 못합니다. 과거에는 콘텐츠를 본 후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정서적 교류가 일어났다면, 지금은 콘텐츠 자체가 그 교류의 ‘대체물’처럼 기능하고 있습니다. 말 대신 영상을 공유하고, 감정 대신 이모지를 쓰고, 진짜 대화 대신 클릭 수로 반응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콘텐츠를 통해 나눌 수 있었던 더 깊은 소통을 잃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와 같은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정을 교차하고, 서로의 해석을 비교하던 그 시간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콘텐츠는 많아졌지만, ‘공감의 순간’은 오히려 적어졌다는 말입니다.

결론: 콘텐츠의 시대, 우리는 연결되고 있는가

우리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진짜 대화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콘텐츠는 여전히 감동적이고, 흥미롭고, 화려하지만, 그 감정이 타인에게 흘러가는 통로는 좁아졌습니다. 공유는 있지만 교감은 줄었고, 표현은 있지만 소통은 줄었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보느냐’만큼, ‘그걸 누구와 나누느냐’를 고민할 때입니다. 콘텐츠의 역할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를 매개로 한 관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