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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이 주목해야 할 드라마 필력 (김은희, 김은숙, 노희경)

by chocolog 2025. 9. 15.

드라마는 이야기의 힘으로 완성됩니다. 뛰어난 배우와 화려한 연출이 있더라도, 대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시청자에게 오래 남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작가 지망생이라면 인기 드라마를 감상할 때 단순히 재미로만 보지 말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작가의 필력과 작법을 세밀히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 드라마계를 대표하는 세 작가, 김은희, 김은숙, 노희경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드라마를 만들어왔습니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드라마 글쓰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또 지망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김은희: 치밀함과 리서치가 만들어내는 세계관

김은희 작가는 장르 드라마의 대가로 꼽히며, ‘시그널’, ‘킹덤’, ‘지리산’ 같은 작품에서 놀라운 플롯 감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의 대본을 들여다보면 허투루 쓰인 장면이나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초반에 스쳐 지나간 사건이 훗날 결정적인 복선으로 돌아오고, 캐릭터의 작은 행동이 이야기 전체의 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이런 치밀함은 단순한 상상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김은희는 끊임없는 자료 조사와 고증을 통해 이야기에 사실감을 불어넣습니다. ‘시그널’은 실제 미제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건들을 구성했고, 경찰 조직의 수사 방식과 절차 역시 현실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는 동안 허구라는 느낌보다 실제 사건을 접하는 듯한 몰입을 경험했습니다. ‘킹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시대의 정치 구조, 의복, 풍습을 세세히 반영한 가운데 좀비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접목했기에, 비현실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설득력 있는 세계가 탄생했습니다. 작가 지망생이 김은희의 작품을 연구한다면, 플롯 설계와 리서치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글을 쓸 때 아이디어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꼼꼼하게 짜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자료 조사와 고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은희의 드라마는 장르적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습니다.

김은숙: 감정을 움직이는 대사와 캐릭터의 힘

김은숙 작가는 대중성과 흥행력에서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시크릿 가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은 모두 방영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명대사와 장면이 회자됩니다. 그녀의 필력은 무엇보다 대사에 있습니다. 김은숙의 대사는 때로는 직설적이고, 때로는 시적이지만, 언제나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에 딱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배우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그 한마디에 깊이 몰입하고, 감정적으로 흔들립니다. 김은숙은 또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설계하는 데 탁월합니다. 주인공은 물론 주변 인물들까지도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며, 각자의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시청자는 단순히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물 자체를 좋아하게 되고, 그들이 겪는 감정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은 구조적 완벽함보다 감정의 몰입에 방점을 찍습니다. 이야기가 약간 비현실적으로 흘러가더라도, 캐릭터와 대사의 힘으로 시청자의 감정을 장악해 버리는 것이 김은숙 드라마의 특징입니다. 작가 지망생은 김은숙의 작품을 통해 대사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대사는 단순히 사건을 설명하거나 시간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캐릭터를 드러내고 감정을 극대화하는 핵심 도구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또한 캐릭터의 매력이 곧 드라마의 생명이라는 사실도 배워야 합니다. 결국 시청자는 줄거리 자체보다는 캐릭터와의 정서적 교감을 기억하기 때문에,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설계되었는지가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됩니다.

노희경: 인간과 사회를 꿰뚫는 감성적 서사

노희경 작가는 인간과 사회, 그리고 관계를 깊이 탐구하는 드라마로 한국 드라마의 품격을 높여온 작가입니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 ‘우리들의 블루스’는 모두 사건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관계에 집중하는 서사입니다. 그녀의 드라마는 시청자를 울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각하게 만듭니다. 노희경의 대사는 단순히 인물 간의 대화를 넘어섭니다. 때로는 시적이고, 때로는 철학적이며, 삶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의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나이 들어가는 삶의 의미를 되묻고,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 질환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사회적 편견을 깨뜨렸습니다. ‘라이브’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화려하게 그리지 않고, 제도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고뇌를 보여줌으로써 현실의 무게를 담았습니다. 작가 지망생에게 노희경의 작품은 드라마가 단순히 감정을 자극하는 오락물이 아니라, 사회와 인간을 성찰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줍니다. 인물 하나하나가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듯 느껴지고, 그들의 대사가 단순히 극 중 상황을 넘어서 시청자의 삶까지 비추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지망생이라면 대사가 곧 작가의 철학이라는 점, 그리고 현실과 공감이 드라마의 힘을 만든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결론: 구조, 감정, 메시지의 조화

김은희, 김은숙, 노희경. 이 세 작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졌지만, 모두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길을 열어왔습니다. 김은희는 치밀한 플롯과 리서치를 통해 장르 드라마의 수준을 높였고, 김은숙은 대사와 캐릭터의 힘으로 대중의 감정을 움직였습니다. 노희경은 인간과 사회를 꿰뚫는 감성적 서사를 통해 드라마를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장르로 끌어올렸습니다. 작가 지망생에게 이들의 작품은 훌륭한 교본입니다. 구조적 완성도를 위해 끊임없이 조사하고 플롯을 다듬는 태도, 감정을 움직이는 대사와 캐릭터의 힘을 이해하는 감각,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적 통찰을 서사에 녹여내는 시선. 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춰질 때 비로소 강력한 드라마가 탄생합니다. 드라마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이 세 작가의 필력을 통해 배움의 지점을 찾고,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 역시 바로 이런 다양한 필력이 공존하고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지망생들은 이 길 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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