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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왜 콘텐츠 덜 보게 됐을까?

by chocolog 2025.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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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 세계 콘텐츠 소비를 주도하던 유럽. 하지만 최근 들어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등 OTT 플랫폼의 유럽 내 시청 시간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아시아나 북미에서는 여전히 소비 시간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무엇이 유럽 시청자들을 콘텐츠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유럽 내 콘텐츠 소비 감소 현상의 배경과 심리적 요인, 그리고 문화적 차이에 기반한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유럽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감소, 현실인가

최근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주요 유럽 국가에서 OTT 평균 시청 시간이 정체되거나 소폭 감소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2030 세대보다는 4050 중장년층의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전반적인 콘텐츠 피로 현상도 함께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OTT 콘텐츠의 질이나 플랫폼 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유럽 전반의 미디어 소비 습관이 점차 비디지털 중심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책, 라디오, 팟캐스트 등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다시 상승하고 있으며, 모바일보다 TV나 오프라인 활동을 선호하는 흐름도 감지됩니다. 유럽 시청자들은 콘텐츠를 단순히 ‘많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소비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과잉 콘텐츠로부터 거리를 두고, 콘텐츠와 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 피로와 감정적 거리감

유럽에서 콘텐츠 소비가 줄어든 또 다른 이유는 피로 누적입니다. 끝없는 추천, 자동 재생, 속도전 중심의 숏폼 콘텐츠가 유럽 시청자들에게는 점점 부담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과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런 콘텐츠 과잉 환경이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디지털 디톡스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유럽 문화는 기본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 자연과의 연결, 감정의 진정성 등을 중요시합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콘텐츠 소비 방식에도 반영되며,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보다는 느린 전개, 섬세한 감정 묘사, 여운이 있는 이야기 구조를 선호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이런 수요와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적으로 피곤한 콘텐츠 소비보다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OTT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이는 콘텐츠 피로와 감정적 거리감이 맞물린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문화적 자율성과 콘텐츠 선택권

유럽은 콘텐츠 수입과 수출 모두 활발한 지역이지만, 동시에 자국 문화에 대한 자율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프랑스는 프랑스어 사용 비율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독일은 자국 뉴스와 다큐멘터리의 신뢰도를 콘텐츠 선택의 우선순위로 삼는 등 문화 보존에 대한 의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OTT 플랫폼은 알고리즘 중심으로 콘텐츠를 배치하며, 사용자의 선택권보다는 추천 시스템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럽 사용자들은 이러한 방식에 피로감을 느끼며, 자신의 취향과 주권이 침해된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결과, 플랫폼을 이탈하거나 아예 시청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합니다. 또한 OTT 콘텐츠 중 상당수는 미국이나 아시아 중심의 기획과 서사로 이루어져 있어 유럽 시청자에게는 문화적 거리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언어나 감정 코드, 사회적 맥락 등이 다르기 때문에, 몰입이 어렵고, 콘텐츠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유럽 시청자들은 콘텐츠의 양보다 질, 속도보다 깊이, 추천보다 선택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적인 OTT 소비 패턴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론: 유럽의 콘텐츠 소비, 느림과 선택으로 회귀하다

유럽은 콘텐츠를 덜 소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콘텐츠와의 감정적 거리, 문화적 맥락, 삶의 리듬을 고려한 소비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콘텐츠 피로의 결과이자, 콘텐츠를 삶의 일부로 유지하기 위한 유럽식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과 제작자들은 콘텐츠의 ‘더 많이’보다 ‘더 적절하게’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유럽 시청자처럼 콘텐츠와 감정의 거리를 조절하고, 속도보다 여운을 추구하는 흐름은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이 먼저 멈췄다고 해서 뒤처진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이 콘텐츠 소비의 미래를 먼저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