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드라마의 엔딩 방식은 과거와 달리 하나의 공식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실험성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의 감정선과 몰입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말은 이제 작품 전체의 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 글에서는 2020년대 이후 방영된 드라마들에서 자주 등장한 엔딩 유형, 서사 흐름 속 감정선, 그리고 시청자 반응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엔딩 유형 – 해피엔딩만이 정답은 아니다
과거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맺어지고, 악역은 응징되며, 이야기가 명확하게 정리되는 전형적 해피엔딩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들은 보다 복잡한 삶의 결을 반영하며 열린 결말, 새드 엔딩, 회귀형 엔딩 등의 다양한 형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물의 여왕》(tvN, 2024)은 외형적으로는 해피엔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인물들의 상처와 변화가 뚜렷하게 복원되지 않아 다소 불완전한 행복을 남기는 열린 결말로 평가받았습니다. 시청자 사이에서도 "해피엔딩이지만 여운이 길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반면 《마당이 있는 집》(ENA, 2023)은 서스펜스를 유지한 채 주요 진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결말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미스터리형 오픈엔딩은 시청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높은 화제성과 재관람률을 만들어냅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회귀 또는 환생 설정의 드라마는, 주인공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거나 또 다른 삶을 시작하는 루프형 엔딩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tvN, 2023)는 전생을 기억하는 여주인공이 현생에서 또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어, "진정한 새 출발"이라는 의미 있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결국 요즘 드라마는 “결말 = 해피엔딩”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감정의 결말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감정선 – 마무리보다 과정의 감정이 중요해진 시대
요즘 드라마는 엔딩의 서사적 완결성보다, 감정선의 흐름과 마무리 방식에 중점을 둡니다. 과거에는 "사건의 해결"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감정의 해소"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나의 해방일지》(JTBC, 2022)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명확한 결말 없이도,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은 변화하고 성장했다는 감정선이 진하게 남습니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감정의 타협’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또한 《사랑이라 말해요》(Disney+, 2023)는 연애와 복수라는 두 가지 복잡한 감정 구조를 결말까지 이어가되, 감정이 더 이상 소모되지 않는 시점에서 관계를 멈추는 방식으로 마무리합니다. 이는 현실적인 인간관계를 반영한 구조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불편하지만 공감되는 결말"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감정선 중심의 결말은 장르 불문하고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로맨스, 가족극, 심리극 모두에서 ‘완벽한 해결’보다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간 여운’을 중심으로 엔딩이 구성되고 있으며, 이는 시청자에게 긴 여운과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시청자 반응 – 결말이 곧 작품의 운명을 가른다
드라마의 엔딩은 작품 전체에 대한 평가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최근 시청자들은 단순한 ‘결말 결과’보다도, 결말이 어떻게 설득되었는가, 서사와 감정이 조화를 이뤘는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 글로리》(넷플릭스, 2023)는 복수극으로서의 결말이 매우 명확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서사를 끝까지 설계한 덕분에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습니다. 이처럼 결말이 서사를 충실하게 완성할 때, 시청자의 만족도는 높아집니다. 반면 《재벌집 막내아들》(JTBC, 2022)은 마지막 회에서 급작스러운 전개와 현실 복귀 설정으로 논란을 빚었습니다. 전개에 비해 결말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고, 시청률은 높았으나 "결말 때문에 재관람 의욕이 줄었다"는 평가도 뒤따랐습니다. 요즘 시청자들은 결말이 얼마나 탄탄하게 쌓인 감정선과 플롯을 마무리하느냐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단순히 ‘누가 죽고, 누가 사랑에 빠지고’ 같은 결과보다는, ‘왜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서사적 설득력을 더 중시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론
2025년 현재 한국 드라마의 엔딩은 더욱 복잡하고 섬세해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해피엔딩의 공식에서 벗어나, 열린 결말·감정 중심 결말·루프형 결말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현실과 삶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도 단순한 결말을 원하기보다는, 인물의 여정과 감정선의 정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는 드라마의 완성도와 재평가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앞으로의 K-드라마는 더욱 여운 깊은, 해석 가능한 엔딩을 통해 시청자와 긴 호흡의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