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촬영이 끝나면 철거되던 드라마와 영화 세트장이 이제는 지역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습니다. 세트장은 작품의 배경이자 스토리를 담은 공간으로, 이를 보존하고 재활용하는 시도는 단순한 관광 자원화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지역의 역사, 예술, 산업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트장 보존의 필요성과 사례, 그리고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문화 공간으로의 변모 과정을 살펴봅니다.
세트장이 남기는 기억과 공간의 가치
드라마나 영화의 세트장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이야기의 흔적’을 담고 있는 장소입니다.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가 머물렀던 공간에는 작품의 감정과 장면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은 작품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에게 감정적 여운을 남기며, 팬들에게는 현실 속에서 작품을 다시 체험할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됩니다. 예전에는 촬영이 끝나면 세트장은 철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트장의 문화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이를 보존하거나 새로운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세트장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지역 정체성을 담는 문화 자산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추억의 장소’로 남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역은 세트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산업을 결합해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공연, 전시, 카페, 체험 프로그램 등이 결합하면서, 세트장은 더 이상 일회성 구조물이 아닌 ‘살아 있는 문화공간’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폐세트의 재생과 지역 문화로의 확장
폐세트를 보존하거나 재활용하는 움직임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세트가 지역 명소로 변모한 대표적인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전라도의 드라마 세트장과 경상도의 영화 촬영지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극 드라마의 세트장은 촬영 종료 후 지역 주민의 요청으로 철거되지 않고, 전통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존한 테마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곳은 현재 지역 축제, 전통 공예 전시, 야간 조명 행사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복합 관광지로 발전했습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폐세트를 리모델링하여 청년 창작자와 예술가를 위한 창작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래 영화 세트였던 건물이 공연장, 카페, 아트숍으로 변하며 지역 문화 산업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장소의 재활용이 아니라, 콘텐츠를 매개로 한 지역 재생의 좋은 예로 평가됩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습니다. 영국의 해리포터 촬영지는 스튜디오 투어 형태로 개방되어 관광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일본의 교토 도에이 스튜디오 파크 역시 시대극 세트를 체험형 테마파크로 운영합니다. 이처럼 세트장 재활용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문화 체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역 협력과 주민 참여의 중요성
세트장 보존과 재활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참여가 핵심입니다. 외부 제작사가 만든 공간이라도, 지역이 주체가 되어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진정한 의미의 문화 자산이 됩니다. 이를 위해 여러 지자체는 세트장 운영을 공공-민간 협력 구조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세트장 해설사로 활동하거나, 촬영지 주변에서 카페와 상점을 운영하며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예술가들이 세트 공간을 활용해 전시회를 열거나,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사회적 파급력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민 참여형 모델은 단순히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지역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작품을 통해 알려진 장소가 지역민의 손에서 다시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세트장은 더 이상 외부 자본의 산물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문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세트장 운영을 위한 과제
세트장 보존의 가장 큰 과제는 유지비용과 콘텐츠의 지속성입니다. 드라마가 끝난 뒤 시간이 지나면 방문객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꾸준한 콘텐츠 기획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여기서 촬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와 제작사는 협업을 통해 세트장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힙니다. 예를 들어, 기존 드라마의 배경을 활용해 지역 축제나 음악 공연을 개최하거나, 신작 드라마의 배경으로 다시 활용하는 등 ‘콘텐츠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세트장은 계속 새로운 스토리를 생산하며 생명력을 유지하게 됩니다. 또한 친환경적인 재료와 설계 방식을 도입해 세트장의 환경적 부담을 줄이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임시 구조물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역 건축물로 활용 가능한 설계는 지속 가능성의 핵심입니다. 앞으로는 세트장이 단순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콘텐츠-문화-환경이 공존하는 지역 생태계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세트장 보존과 재활용은 단순히 촬영 장소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 한 지역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문화적 행위입니다. 작품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지키고 새롭게 활용함으로써, 지역은 문화와 경제의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습니다. 보존된 세트장은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의 문화와 미래의 산업이 만나는 접점이 됩니다. 주민이 참여하고, 지역이 함께 성장할 때 세트장은 지속 가능한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습니다. 앞으로 세트장은 철거되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문화적 무대로서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