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협업하지만, 그 시작점에는 반드시 대본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 드라마 산업은 작가 중심의 제작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드라마 대본 작업 과정은 작품의 방향성과 퀄리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드라마 집필 현장의 현실과 작가들이 겪는 과정, 그리고 제작 현장과의 긴장감 넘치는 협업 구조를 사실 기반으로 살펴봅니다.
1. 드라마 작가의 대본 집필 과정
드라마는 보통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가가 투입되어 이야기를 구상합니다. 방송사 또는 제작사에서 주제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가 오리지널 대본이나 기획안을 먼저 제안하기도 합니다.
1차적으로는 기획안(시놉시스)을 구성하고, 이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트리트먼트(에피소드 구성 요약), 그리고 대본 1~4회분이 사전 제작됩니다. 방송국은 이 초반 분량을 기준으로 제작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 이후 작가와 방송사 간 계약이 체결되며, 통상적으로 회당 원고료가 책정됩니다. 2024년 기준, 신인 작가는 회당 100만~300만 원 수준, 중견 작가는 500만~800만 원, 유명 작가는 회당 1000만 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들은 하루에 10~15시간 이상 대본 집필에 몰두하며, 방송이 시작된 이후에는 촬영 일정에 맞춰 밤샘 작업을 하는 일이 흔합니다. 이로 인해 대본이 촬영 당일 아침에 나오는 ‘생방송 수준의 집필’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또한, 드라마 작가들은 각 회차의 러닝타임(60~70분)을 고려해 약 50~70장 분량의 대본을 작성하게 되며, 인물 간의 감정선과 드라마 전체 흐름을 동시에 조율해야 합니다. 감정이 고조되는 회차일수록 장면 수는 줄고, 대사는 많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2. 작가와 제작진의 협업과 긴장
드라마 대본은 단지 문학 작품이 아닌 ‘촬영을 위한 도구’입니다. 따라서 작가가 의도한 장면이 실제로 영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연출자(감독), 촬영감독, PD, 배우 등 다양한 의견이 개입합니다.
연출자와 작가 사이의 협의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작가는 감정선과 이야기의 흐름을 중시하고, 연출자는 화면 구도와 시청자 반응을 고려하기에 이견과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장면 하나가 너무 길어지면 연출자는 분량상 축소를 요구하고, 작가는 감정의 밀도를 이유로 유지하려 할 수 있습니다.
일부 베테랑 작가는 대본 리딩, 시놉시스 회의, 캐스팅 협의에 참여하고, 편집이나 촬영본 확인도 요청합니다. 하지만 촬영 일정, 예산 문제 등으로 작가의 의도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시간, 예산, 배우 일정, 세트 문제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작가의 의도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특히 사전제작이 아닌 실시간 제작 시스템에서는 대본 수정이 방송 전날 밤에 이뤄지는 일도 많습니다.
3. 드라마 작가 업계의 현실과 변화
한국 드라마 업계는 일부 유명 작가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되며, 고용 불안정성에 노출됩니다. ‘보조 작가’는 회당 20~30만 원 정도의 원고료로 주요 작가를 도우며, 직접 집필 기회가 적고 반복 작업이 많습니다. 그러나 5~10년 경력 후 독립해 데뷔하는 경우도 있으며, tvN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처럼 전공 외 경력에서 시작한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OTT의 확산은 작가의 창작 자유를 넓히고 있으며, 신인 작가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의 플랫폼은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 구조를 수용하며, 집필 스타일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창작 외에도 기획 회의, 플랫폼 제안서, 시리즈 구성안 등 여러 문서를 작성해야 하며, 드라마가 성공했을 경 우에도 별도 수익 배분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작가 권리에 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론: 시청자 몰랐던 드라마의 시작점
드라마는 화려한 배우, 세트, 영상미로 주목받지만, 그 출발점은 언제나 작가의 한 줄에서 시작됩니다.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구상되고, 매일 밤 수정을 거듭하는 대본이 없었다면, 우리가 보는 장면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드라마 작가는 단순한 스토리텔러가 아닌, 이야기의 설계자이자 감정의 설계자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방송 직전까지 쫓기고 수정되며, 언제나 많은 타협과 협업 속에서 완성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작가를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가 갖는 모든 감정과 의미의 근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드라마를 더 깊이 있게 감상하고 싶다면, 대사의 구조, 장면의 배치, 이야기 흐름 속 작가의 의도에 주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