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콘텐츠가 지역 경제와 관광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는 한국의 다양한 지방 도시를 무대로 삼으며, 한때 조용했던 지역을 새로운 문화 콘텐츠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고 있습니다. 《갯마을 차차차》의 포항, 《스위트홈》의 광명, 《더 글로리》의 청주 등은 대표적인 사례로, 드라마 방영 이후 방문객이 급증하고 지역 홍보 효과도 이어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어떤 방식으로 지방 도시를 재조명했는지, 그리고 촬영지 활용과 관광 확산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드라마가 만든 새로운 지역 인지도
지방 도시는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의 개발에서 소외되며, 인구 감소와 경제 위기를 겪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지방을 주요 배경으로 삼으면서 이들 지역의 ‘정서적 재발견’이 시작됐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갯마을 차차차》입니다. 포항시 북구 청하시 일대의 구룡포와 도구 해수욕장은 극 중 ‘공진’이라는 가상의 해안 마을로 등장하면서, 따뜻한 시골 분위기와 푸른 바다를 담아냈습니다. 방영 이후 포항은 ‘힐링 여행지’로 떠오르며, 주말마다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우리들의 블루스》의 제주 서귀포, 《지금 우리 학교는》의 안성, 《더 글로리》의 청주 역시 촬영지임이 알려지면서 현지의 숨겨진 매력이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지역은 기존의 유명 관광지와 달리 사람 냄새가 나는 거리, 오래된 풍경, 일상의 질감을 담아내며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는 배경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촬영지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드라마를 통해 구축된 지역의 정체성과 감성적 브랜드는 지방 도시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끌고, 나아가 청년층 유입과 로컬 콘텐츠 산업 활성화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2. 콘텐츠 촬영지가 된 공간들
드라마가 성공하면 가장 먼저 주목받는 곳은 ‘촬영지’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세트장 대신 실제 지역의 거리와 건물,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방영 이후 시청자가 실제로 그 공간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갯마을 차차차》의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스위트홈》의 광명 아파트 단지, 《지금 우리 학교는》의 안성시 폐교 부지는 SNS상에서 수많은 인증샷과 함께 공유되었고, 자체적으로 촬영지를 정리한 ‘드라마 투어’ 코스가 생겨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촬영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드라마 속 장면과 감정이 재현되는 몰입 공간입니다. 관객은 주인공이 앉았던 벤치에 앉고, 같은 골목을 걸으며 화면 속 감정을 다시 체험하게 됩니다. 이는 곧 감정소비형 관광으로 이어지며, 기존 테마파크 중심 관광과는 다른 ‘공간 몰입형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더 나아가 촬영지 주변의 식당, 카페, 숙소는 드라마 효과를 타고 매출 상승을 경험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정부가 촬영지 안내판, 포토존, 스토리 연계 콘텐츠를 제작해 지속 가능한 콘텐츠 기반 지역활성화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3. 관광 효과와 지속 가능성
넷플릭스 드라마는 콘텐츠 자체의 파급력으로 인해 단기적인 관광 붐을 일으키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콘텐츠에 의존한 관광은 일시적인 소비로 끝나거나, 지역에 과잉 관광 부담을 안기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드라마 촬영지를 장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째, 지역 스토리와 결합된 관광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드라마 촬영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만의 역사, 인물, 문화적 자원을 콘텐츠와 연결해 관객의 체류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룡포에서는 일제강점기 건축물과 함께 지역 어업 문화 체험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생겨났습니다.
둘째, 지역 주민의 참여와 이익 공유도 중요합니다. 드라마 방영으로 관광객이 몰렸지만, 지역 상권과 주민이 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반발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마을 기업, 청년 창업, 주민 안내 프로그램 등 지역 기반의 참여형 모델 구축이 병행돼야 합니다.
셋째, 콘텐츠의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콘텐츠 유입 구조가 필요합니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영화, 다큐, 웹예능 등 다양한 장르가 이어서 촬영될 수 있도록 지역 차원의 콘텐츠 유치 지원과 인프라 확보가 요구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열어준 지방 도시의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진정한 지역 발전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와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합니다.
결론: 드라마가 켜놓은 작은 불빛, 지역의 가능성으로
넷플릭스 드라마가 한국 지방 도시를 비추는 방식은 단순한 화면 연출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화면 안에는 지역이 가진 색채, 공간의 결, 사람의 표정, 풍경의 호흡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전 세계 수많은 시청자에게 전달되어, 하나의 도시가 세계적인 공감의 장소가 되는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갯마을 차차차》의 포항처럼, 작은 해안 마을이 따뜻한 정서의 상징이 되고 《우리들의 블루스》의 제주처럼, 일상의 감정이 풍경과 함께 녹아드는 구조는 지역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사의 주체로 끌어올리는 방식입니다.
이제 콘텐츠는 더 이상 이야기만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공간을 해석하고, 감정을 담으며, 지역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복합 매체가 되고 있습니다. 지방 도시는 이 흐름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와 공간을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불빛이 잠깐의 조명으로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지역이 콘텐츠를 통해 주목받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기 콘텐츠로 발전하고, 지속 가능한 연결 구조를 갖추는 것이 다음 과제입니다. 드라마는 도시를 아름답게 비추는 조명이고, 그 조명을 따라 걸어갈 길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지역 스스로의 선택과 준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