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온 대표 작가로는 김은희와 김은숙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스타일과 장르, 표현 방식을 통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며,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김은희 작가와 김은숙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서사 구조, 장르 선택, 캐릭터 구성, 그리고 시청자 반응의 차이를 중심으로 비교 분석합니다.
서사 구조와 이야기 전개 방식
김은희 작가는 플롯 중심의 치밀한 구조 설계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시그널’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전기라는 설정을 기반으로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사건의 인과 관계와 시간의 흐름을 정교하게 배치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이야기 구조 자체가 퍼즐처럼 맞춰지며, 시청자에게 논리적 추론과 몰입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킹덤’에서도 고증된 역사 배경 위에 좀비 장르를 입혀,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김은희는 대사보다는 상황과 서사의 흐름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타입이며, 감정 표현은 절제되어 있으나 그 속에 강한 메시지를 담아냅니다. 반면 김은숙 작가는 감정선 중심의 이야기 전개를 선호합니다.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는 주인공들의 감정이 서사의 중심축으로 작용하며, 드라마가 하나의 시처럼 흘러갑니다. 그녀는 극적인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데 강하며, 대사 한 줄로 인물의 감정을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서사의 접근 방식에서 김은희는 구성의 탄탄함, 김은숙은 감정의 파도와 리듬을 중심에 둡니다. 두 작가 모두 강한 몰입도를 제공하지만, 전달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장르 선택과 캐릭터 구성 방식
김은희 작가는 스릴러, 범죄, 미스터리, 좀비 등 장르물에 강한 작가입니다. 그녀는 사회적 이슈와 인간의 본능을 사건 속에 녹여내며, 주제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사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캐릭터는 서사의 기능적 요소로 구성되며, 감정 표현보다는 역할과 움직임이 중심입니다. 예를 들어 ‘지리산’의 캐릭터들은 구조 활동과 미스터리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 안에서 보여주는 감정은 제한적이지만 효과적으로 쓰입니다. 김은희는 캐릭터 하나하나를 이야기 구조 안에서 유기적으로 배치하는 데 능숙합니다. 반면 김은숙 작가는 로맨스, 감성 드라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대와 배경을 활용합니다. ‘시크릿 가든’에서는 현대 판타지, ‘미스터 선샤인’에서는 조선 말기 시대극이라는 설정 안에서 감정을 풀어냅니다. 그녀의 캐릭터는 ‘존재 자체가 서사’이며, 감정선의 중심이자 스토리의 동력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도깨비’의 김신,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처럼, 캐릭터 자체가 상징성을 갖고 있고, 대사와 표정 하나하나가 감정의 고조를 이끕니다. 김은숙의 인물은 드라마 속 인물 그 이상으로, 시청자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존재입니다.
대표작 성과와 시청자 반응 차이
김은희 작가는 비평적 지지와 마니아층의 두터운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한 작가입니다. ‘시그널’은 tvN 드라마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킹덤’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되어 K-좀비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유튜브 리뷰, 떡밥 정리, 세계관 분석 등 분석형 콘텐츠로 활발히 소비됩니다. 반면 김은숙 작가는 시청률과 대중성 면에서 국내 최정상급 작가입니다. ‘태양의 후예’는 최고 시청률 38.8%를 기록했으며, ‘도깨비’는 방송 당시 국내를 넘어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OST, 명대사, 팬아트, 감성 클립 등으로 콘텐츠가 확산되며, 대중적 소비에 최적화된 작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김은희는 ‘이야기의 구조’로, 김은숙은 ‘감정의 공감’으로 각기 다른 방식의 성공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사고를 자극하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움직이며, 각각의 방식으로 K-드라마의 깊이와 폭을 확장시켰습니다.
결론
김은희와 김은숙은 전혀 다른 스타일과 전략을 가지고 있지만, 둘 다 한국 드라마를 한 단계 끌어올린 작가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김은희는 장르의 완성도와 메시지의 깊이로, 김은숙은 감정의 공감과 인물의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선보일 작품이 어떤 색깔일지, 그리고 K-드라마의 다음 흐름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해 볼 만합니다.